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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계정의 유언장: 내 디지털 흔적은 누가 상속받는가

by 돌탱이님의 블로그 2025. 10. 13.

 

누군가 세상을 떠났는데, SNS에서 여전히 그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오늘은 SNS 계정의 유언장: 내 디지털 흔적은 누가 상속받는가를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SNS 계정의 유언장: 내 디지털 흔적은 누가 상속받는가
SNS 계정의 유언장: 내 디지털 흔적은 누가 상속받는가

오늘은 죽음 이후에도 로그인된 사람들

우리가 매일 들락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구글 계정들은
단지 서비스의 이용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디지털 자아’다.

예전의 유산은 집, 통장, 물건처럼 손에 잡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유산은 손끝으로 남겨진 클릭, 게시물, 사진, 메시지의 집합이다.
이제 “죽은 뒤 내 계정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이미 수백만 개의 ‘사망자 계정’이 존재한다.
사용자는 떠났지만, 그 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는 친구 목록 속에 있다.
때로는 추모의 공간으로, 때로는 잊혀진 페이지로 남는다.
어떤 가족은 계정을 열어보며 위로를 받지만,
다른 이에게는 고통의 재생 버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계정의 주인은 사망 후에도 주인일까?
가족은 그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가?
사생활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가?
이제 디지털 시대의 유언장은 “로그인 정보와 접근 권한”에서 시작된다.

플랫폼의 ‘사망자 계정 정책’ — 기술은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가

각 플랫폼은 이용자 사망 시를 대비해 나름의 정책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다르다.

🟦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제도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생전에 “추모 계정 관리자(Legacy Contact)”를 지정할 수 있게 한다.
그 관리자는 사망 후 해당 계정을 ‘기억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때 계정은 “○○님을 추모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잠금 상태로 유지되며,
친구들이 추모글을 남길 수 있다.
다만, 관리자라도 비공개 메시지나 대화 내용은 열람할 수 없다.
개인 간의 사생활은 죽음 이후에도 보호된다.

인스타그램 역시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사망 증명서를 제출하면 계정을 “기념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바꿀 수 있다.
계정은 더 이상 로그인할 수 없지만, 게시물은 그대로 남는다.
삭제를 원할 경우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 구글: 사망자 계정 관리자 프로그램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일정 기간(예: 6개월, 1년 등) 로그인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해 둔 이메일로 “계정 접근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즉, 생전에 미리 “디지털 유언장”을 설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기능은 구글 포토, 드라이브, 유튜브 등
전 생애 기록이 담긴 서비스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 애플: 디지털 상속자 제도

애플은 2021년 iOS 15.2부터 ‘디지털 레거시(Digital Legacy)’ 기능을 도입했다.
사용자가 ‘디지털 상속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고,
사망 증명서와 접근 키를 제출하면 고인의 iCloud 데이터(사진, 메모, 파일 등)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메시지, 구매 기록 등 일부 데이터는 제외된다.
즉, “부분 상속”의 개념이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하나다.
개인의 사생활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면서도,
가족에게 최소한의 접근 통로를 열어주는 것.
죽음 이후에도 ‘프라이버시’는 유효하며,
그 경계를 누가 넘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법과 기술이 함께 조율해야 할 문제다.

상속인가 침입인가 — 디지털 사후의 윤리적 경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플랫폼은 계정을 ‘재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법적으로 내 SNS 계정은 상속 대상이 아니다.
이는 서비스 이용약관에 명시되어 있으며,
계정은 언제나 ‘대여’ 형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족이 사망자의 계정에 로그인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가족이 고인의 이메일을 열람하려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일어난 사례가 있다.
죽은 사람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유족의 알 권리·정리할 권리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모순은 인간의 두 감정에서 비롯된다.
“기억하고 싶음”과 “잊혀야 함.”
누군가는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위로를 얻고,
또 누군가는 그 메시지를 보지 못해 평화를 얻는다.
디지털 유산은 이렇게 서로 다른 애도의 방식과 윤리의 경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요즘 일부 사람들은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계정 비밀번호를 남기거나, 사후에 삭제를 요청하는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다.

아마 미래에는 “유언장”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AI가 나를 대신해 작별 인사를 보내고,
클라우드 서버가 나의 삶을 백업하며,
내 이름으로 남은 계정이 한동안 ‘나’처럼 세상과 소통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
“내 흔적은 어디까지 나인가?”
“가족이 내 기억에 들어올 수 있는 경계는 어디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우리는 여전히 물리적 세상에서는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여전히 ‘로그아웃되지 않은 인간들’로 남아 있다.
플랫폼은 그 존재를 ‘기억의 공간’으로 존중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법과 윤리, 감정의 충돌이 존재한다.

결국 디지털 유산의 본질은 상속이 아니라 해석이다.
내 데이터가 남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에 따라
죽은 자는 추모의 대상이 될 수도,
지워야 할 데이터가 될 수도 있다.

‘SNS 계정의 유언장’이란,
결국 “나의 디지털 정체성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다.
그 선언을 미루지 말자.
죽음 이후에도 로그인된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로그아웃의 권리’를 지켜야 하니까.